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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대전 정부통합전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단순한 전기 설비 문제가 아닌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UPS(무정전 전원장치)**에서 발생한 ‘열폭주’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지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용량 UPS 시스템은 데이터센터와 공공기관에서 핵심적인 전력 백업 장치로 사용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특유의 화재 위험성에 대한 이해와 안전대책은 아직 미흡한 실정입니다. 본 글에서는 리튬이온 UPS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 열폭주 현상의 메커니즘, 그리고 예방을 위한 기술적·제도적 대응 방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니다.
1. UPS 시스템이란? 전력 공급의 마지막 보루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는 정전이나 전력 품질 저하가 발생했을 때, 서버·통신·병원·국가 기반 시설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장치입니다. 특히 데이터센터나 공공기관에서는 몇 초만의 전력 단절도 막대한 시스템 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UPS는 운영의 핵심 설비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존 UPS는 납축전지(Valve Regulated Lead Acid, VRLA)를 주로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무게가 가볍고 충전 속도가 빠르며 공간 효율성이 높은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UPS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화재 발생 가능성과 같은 새로운 위험 요소를 동반하게 되었습니다. 리튬이온 UPS는 전압 안정성, 높은 에너지 밀도, 유지비 절감 등의 장점이 있지만, 일정 온도 이상으로 과열되면 **배터리 셀 내부에서 열화학 반응이 제어 불가능한 상태로 확산되는 ‘열폭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셀 간 발열이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하나의 셀에 문제가 생기면 주변 셀까지 순차적으로 손상되며 폭발적인 화재로 이어지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UPS 장비는 일반적으로 기계실, 전산실, 또는 전기실 내부에 다량 설치되며, 환기나 방화 구조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발화 후 빠른 확산과 대규모 피해로 이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UPS 자체의 안전성과 함께 설비 환경, 배터리 품질, 유지보수 프로토콜까지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실질적인 안전이 확보됩니다. 최근 UPS 시스템은 단순한 전력 보조장비에서 벗어나,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튬이온 UPS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 기능과 결합되어 전력 피크 절감이나 태양광 연계 운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다기능화는 동시에 복잡성과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설비 규모가 커질수록 단일 UPS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중화 구성(N+1, 2N 구조)**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즉, 하나의 UPS가 고장 나도 다른 UPS가 즉시 대체해 무정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중소규모 전산센터나 행정기관에서는 비용과 공간 문제로 인해 이중화를 생략하거나, 고장 시 수동 전환 체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큽니다. 결국 UPS는 단일 기계가 아닌, 전체 전력 인프라 설계와 운영 철학에 따라 안정성과 리스크 수준이 결정되는 복합 시스템이며, 이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실제 화재 사고의 발생 여부가 갈리게 됩니다.
2.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어떻게 발생하는가?
'열폭주(Thermal Runaway)'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화재 유발 메커니즘입니다. 이는 배터리 내부 온도가 임계값을 넘어서면서 셀 내부의 화학 반응이 제어 불가능하게 가속되는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셀 온도가 80~100°C를 넘어서면 SEI(고체 전해질 계면)가 붕괴되기 시작하고, 이때 내부 전해질과 금속 산화물이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급격한 온도 상승과 함께 가연성 가스가 분출됩니다. 이후 130°C 이상으로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양극재 분해와 함께 산소가 방출되고, 이 산소가 분출된 가연성 가스와 반응하면서 자체 연소 및 폭발적인 화염을 발생시킵니다. 이 과정은 단 몇 초 내에 진행될 수 있으며, 외부 충격 없이도 내부 불균형이나 충전 회로 오류만으로도 촉발될 수 있습니다. 특히 UPS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고용량 셀을 수십 개, 수백 개 병렬로 연결해 사용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셀 이상 발열이 전체 배터리 팩의 열폭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이러한 화재는 전통적인 분말 소화기로는 완전히 진압되지 않으며, 주로 에어로졸, 인산염계 소화약제, 혹은 리튬 특화 불활성 가스 소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열폭주는 셀 자체의 제조 불량 외에도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의 오류, 충전 전압 오차, 불균형한 셀 간 저항 차이, 온도 센서 미작동, 환기 미비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열폭주는 단순한 ‘배터리의 문제’가 아닌, 전체 시스템 설계와 운영, 감지 체계의 총체적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실제로 2023년 일본 요코하마시의 한 공공 데이터센터에서도 리튬 UPS 화재가 발생했는데, 해당 사례에서도 초기 셀 과열을 조기에 인식하지 못해 수십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이는 센서만 설치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AI 기반의 감시 체계 도입까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열폭주의 또 다른 특징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UPS가 설치된 전산실 내부의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환기구가 막히는 경우, 셀 내부 온도는 더 빠르게 올라가면서 열폭주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충·방전 주기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면, 전해질 분해나 양극재 구조 변형이 일어나 내부 저항이 증가하고 발열이 더욱 심해집니다. 이와 같은 ‘누적 스트레스’는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일정 시점 이후 폭발적으로 증폭되어 화재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UPS와 같이 고출력·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하는 장비는 모듈 간 균일성 확보가 특히 중요합니다. 셀마다 용량과 내부저항이 조금씩 다른 상태로 연결될 경우 특정 셀이 과부하를 받게 되고, 그 셀에서 발생한 열이 주변 모듈로 확산되며 ‘도미노식 폭발’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문제는 BMS가 미세한 전압·전류 차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차단하거나 해당 모듈을 격리해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해외에서는 ‘셀 단위 분리 소화’ 기술을 UPS에 적용해 초기 발화를 국소적으로 차단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3. 화재 예방을 위한 기술적·제도적 대책은?
리튬이온 UPS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장비 개선을 넘어, 설계·운영·제도 전반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우선 기술적으로는 리튬이온 대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리튬인산철은 열폭주 온도가 270°C 이상으로 높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UPS 같은 고위험 장비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한 BMS 시스템의 고도화도 핵심 과제입니다. 기존 BMS는 단순한 온도·전압 감지를 중심으로 동작했으나, 현재는 AI 기반의 예측형 BMS, 셀 단위 실시간 모니터링, 이상 징후 알림 등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배터리 셀의 고온 발생 패턴을 조기에 감지해 자동으로 셀을 분리하거나 차단하는 ‘셀 격리형 BMS’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관련 기술을 빠르게 도입 중입니다. 설비 환경에서도 변화가 요구됩니다. UPS가 설치되는 전산실 또는 전기실은 배터리 전용 방화구역으로 구분되어야 하며, 리튬 특화 소화 설비와 화재 감지 센서를 별도로 운영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 기준이 명확히 법제화되어 있지 않지만, 2024년부터 시행된 ‘산업시설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 가이드라인’에 따라 관련 기준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공공기관과 대형 데이터센터에 대한 리튬 UPS 주기 점검 의무화, 장비 등록제, 노후 배터리 교체 시기 통보 의무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전기안전공사와 산업부는 UPS 장비에 대한 분기별 위험도 점검 및 등급 분류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며, 해당 결과에 따라 보조금이나 리스크 기반 보험료 산정 방식도 함께 검토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리튬이온 UPS 화재는 단순히 장비 하나의 결함이 아니라, 시스템 설계, 운용자 인식, 제도적 보완이 동시에 요구되는 복합 리스크입니다. 따라서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선제적 투자가 불가피하며,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도 UPS 장비 선택 시 ‘가격’보다 ‘안전성’을 우선 고려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리튬이온 UPS는 효율성과 공간 활용 면에서 뛰어난 장비이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열폭주 위험성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국가 기반 시설이나 데이터센터처럼 중단이 허용되지 않는 분야일수록, 전력 백업 장비의 선택은 안전성과 예측 가능성에 기반해야 합니다. UPS 시스템의 선택과 운용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인프라의 생존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보다 철저한 감시·점검·예방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입니다.
🔎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 안전관리 기준 고시’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산업시설 적용 기준 (2024 개정)
출처: www.motie.go.kr -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열폭주 발생 메커니즘과 소화 방안 연구’
출처: www.ndmi.go.kr - 한국전기안전공사 기술자료집
UPS 장비 화재 위험 등급별 관리 기준
출처: www.kesco.or.kr - 니케이신문 (Nikkei Japan)
‘요코하마 데이터센터 리튬UPS 화재 전말’
출처: www.nikkei.com - LG에너지설루션 기술백서
BMS 고도화 및 셀 단위 모니터링 시스템 개요
출처: www.lgens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