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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발생한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의 파업은 단순한 일시적 갈등이 아니라, 공항 운영의 근간을 이루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사건이었습니다. ‘자회사-모회사’라는 구조 자체가 수년째 반복되는 갈등의 근원이자, 해결되지 않는 원인이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안겨줍니다. 본 글에서는 인천공항 자회사 구조의 문제점과 그로 인해 반복되는 파업의 순환 고리, 그리고 과거 사례와 비교해 이번 사태의 본질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자회사-모회사 구조, 왜 문제가 되는가?
인천공항은 국내 대표 공공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며, 여객 서비스·보안·시설관리 등의 다양한 업무는 자회사 혹은 외주업체가 맡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자회사 구조에 있습니다. 공항공사는 모회사로서 전체 운영을 책임지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 다수는 자회사 소속입니다. 동일한 공간, 동일한 업무 환경에서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근로 조건, 임금, 복지에서 뚜렷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인천공항운영서비스(주)는 보안검색, 안내, 수하물 처리 등의 핵심 서비스를 담당하지만, 해당 직원들의 기본급과 복리후생은 본사 정규직 직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또한, 자회사 직원들은 공공기관 내부의 평가·승진 제도나 고충 처리 시스템에 직접 접근하지 못해,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입니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닌, 제도적으로 **‘이등 노동자’**를 양산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집니다. 공항 운영의 필수 노동자들이 외면받는 현실은 업무의 질 하락, 조직에 대한 불신, 그리고 파업과 같은 극단적 수단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자회사 구조는 비용 절감이라는 단기적 목표 아래 장기적으로는 갈등과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입니다. 자회사 구조는 단순한 임금 차이 문제를 넘어, 업무 효율과 조직문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같은 공간에서 협업해야 하는 본사 직원과 자회사 직원 간의 소통 단절은 업무 처리의 비효율로 이어지며, 내부 의사결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회사 직원은 회의나 교육 등에서도 배제되기 쉬워, 일의 연속성과 책임성에서도 문제를 겪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자회사 직원은 공공기관 내부의 정규직 승진 루트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장기적인 커리어 전망이 어두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우수 인력의 이탈을 야기하며, 결국 지속 가능한 공공서비스 제공에도 차질을 초래하게 됩니다. 단순히 급여 수준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 기여도 대비 보상 체계의 근본적인 왜곡이라는 점에서 근로자의 소외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복되는 파업, 구조가 낳은 악순환
인천공항의 자회사 문제는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2019년, 2021년, 그리고 2025년까지 거의 동일한 쟁점으로 반복적인 파업이 발생해 왔습니다. 각 시기의 파업은 사측의 임금 동결, 인력 부족, 교대제 문제 등을 원인으로 내세웠지만, 그 근간에는 늘 자회사 구조라는 동일한 배경이 존재했습니다. 2019년에는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대두되었고, 대규모 집회와 파업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정부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 모델을 제시했지만,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뒤따르지 않아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력 구조조정이 시도되면서 자회사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또다시 단체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2025년 파업 역시 교대제 변경(3조 2교대 → 4조 2교대), 안전사고 예방, 인건비 환수 제도 개선 등의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핵심은 결국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계약 방식과 책임 구조에 있습니다. 자회사는 공항공사의 사업 예산 내에서 계약 단가를 조정받으며 운영되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인력 문제나 비용 부담은 모두 자회사 내부에서 감당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곧 현장 직원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단기적인 협상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 갈등 구조’를 형성하게 됩니다. 파업이 발생하면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지만, 정작 해결책은 늘 미봉책에 그치고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파업이 반복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해결해도 똑같은 원인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파업 이후 노사 간에 도출되는 합의안들은 대부분 임시방편에 불과하거나, 실질적인 구조 개선 없이 표면적인 조치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교대제 개편이 논의될 때도 실제 인력 충원이나 인건비 보장이 수반되지 않으면, 결국 남은 인력에게 더 큰 부담만 돌아가는 결과가 됩니다. 또한, 정부나 공사의 중재가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면 근본 문제 해결은 더욱 늦어지고, 그 사이 노동자들의 불신은 깊어집니다. 결국, 자회사 구조가 유지되는 한 파업은 잠시 멈출 수 있어도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불씨로 남게 됩니다. 이처럼 파업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 덮어두는 방식은, 마치 고장 난 밸브를 임시 테이프로 감아놓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반복될 것인가? 개선을 위한 조건
그렇다면 이 고리를 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 자회사와 모회사 간의 수직적 관계 개선이 필요합니다. 단가 낙찰 중심의 계약 구조에서 벗어나, 실제 업무 강도와 인력 수요를 반영한 계약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단순히 최저가를 기준으로 운영비를 책정하는 현재 구조는 직원들의 처우를 악화시키고, 근무 환경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둘째, 자회사 노동자들의 의사결정 참여 구조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문제 제기와 피드백 창구가 제한적이었고, 본사와의 직접 소통이 단절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위탁 운영 시스템이 지속되는 한,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구조 개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셋째, 정부 차원의 중재와 장기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공공부문 자회사 운영은 인천공항만의 문제가 아니라, 철도, 지하철, 병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위탁 운영 모델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과 성과 중심의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인식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공항을 이용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직원이 자회사 소속임을 자주 잊습니다. 이들이야말로 공항의 ‘얼굴’이자 실질적 운영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노동의 가치와 공정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될 때, 진정한 의미의 개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개선을 위해서는 실무 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경험 기반’ 의견을 반영한 정책 설계가 필수입니다. 실제로 자회사 직원들은 자신들이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음에도, 제도 설계와 정책 변경에서는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교대제 개편이나 복지제도는 단순히 숫자 조정이 아니라, 근무자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현장 참여 기반의 논의 구조가 절실합니다. 또한, 계약 구조 상 자회사가 수주를 따내기 위해 낮은 단가로 입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산 책임을 자회사에만 넘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모회사와 공동 책임 구조로 전환하는 방식도 필요합니다. 구조 개선은 단순히 위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 현장의 현실과 맞닿은 대화 구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정책 입안자들도 인식해야 합니다.
결론: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갈등은 반복된다
인천공항 자회사 문제는 인력 부족이나 임금 갈등이라는 겉보기에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방치된 구조적 결함이며, 반복되는 파업은 그 구조가 불러온 결과입니다. 정부, 공사, 자회사, 그리고 국민 모두가 이 문제를 단순한 노동 분쟁이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책임 공방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인력 교체와 대증적 합의만으로는 반복되는 갈등을 막을 수 없습니다. 특히 공공서비스 영역에서의 파업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적 구조 개편이 중요합니다. 근본적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개선이 병행될 때, 비로소 인천공항을 둘러싼 파업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참고 및 인용 출처
https://www.seouleconews.com
https://www.airport.kr